시계를 봤다. 1시 42분.
불을 끈 지 한 시간이 넘었다. 몸은 분명히 지쳐 있는데, 머릿속은 낮보다 더 바쁘다. 오늘 끝내지 못한 일, 내일 해야 할 일, 며칠 전에 했던 말 한마디까지. 낮에는 서류 더미 아래 얌전히 깔려 있던 생각들이, 불을 끄자마자 하나씩 고개를 든다.
이상하게 밤에는 모든 소리가 커진다. 냉장고가 웅웅거리는 소리, 창밖을 지나가는 차 한 대, 벽시계 초침이 넘어가는 소리. 낮에는 한 번도 들어 본 적 없는 소리들이 방 안을 채운다. 세상이 조용해지면, 원래 있던 소리가 비로소 들리는 것이다.
잠을 청하려고 하지만, 생각은 꼬리를 물고, 휴대폰은 보지 않으려 할수록 손이 간다. 결국 일어나 물을 한 잔 마신다.
창밖을 본다. 건물들은 대부분 불이 꺼졌는데, 몇 개의 창에는 아직 불이 켜져 있다. 저 창 안에도 누군가 나처럼 잠들지 못하고 있겠지. 공부하는 학생일 수도, 아이를 재우다 깬 부모일 수도, 내일이 걱정되는 누군가일 수도 있다. 이름도 얼굴도 모르지만, 같은 시간에 깨어 있다는 것만으로 이상하게 덜 외롭다.
잠 못 드는 밤에 떠오른 걱정은 대부분 아침이 되면 크기가 줄어든다. 새벽 두 시의 걱정은 실제보다 두 배쯤 크게 보인다. 그러니 지금 이 생각들에 너무 진지하게 답하지 않아도 된다. 답은 아침의 내가 내릴 것이다.
오늘 밤 잠이 오지 않아도 괜찮다. 밤은 지나가고, 결국 아침은 온다.
혹시 지금 같은 시간에 깨어 있는 누군가가 있다면, 당신의 밤도 무사히 지나가기를.